작년 12월 3일 새벽 4시30분 서울 중계동 대로변에서 서울동부교육청 여성 장학사 고모(49)씨가 근처 술집에서 함께 술 마시고 나온 서울시교육청 본청 장학사 임모(50)씨의 머리를 하이힐로 내리찍었다. 경찰서로 연행된 고씨는 술집에서부터 다투던 화가 덜 풀린 기분에 "내가 임 장학사에게 2000만원을 주고 장학사 시험을 통과했고 다른 장학사도 1000만원을 줬다"고 폭로했다. 서울서부지검이 수사 중인 서울시교육청 교직 매매(賣買) 사건은 바로 이 '하이힐 폭행'에서 시작됐다. 얼마 후 사건을 송치받은 검찰은 임씨 승용차를 수색해 현금 300만원을 발견했는데 임씨는 돈의 출처를 설명하지 못했다. 검찰은 계좌추적 끝에 임씨 차명계좌와 연결된 현직 교사 명의의 다른 통장에 1억원 정도가 들어 있는 것을 찾아냈고, 이 통장의 실소유주가 임씨 상관이었던 당시의 서울시교육청 장학관(현 고교 교장)과 관련 있는 것으로 보고 조사 중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연간 예산이 6조3000억원이고, 1300개 초·중·고교 5만명의 인사를 관장한다. 장학사는 부장교사 또는 교감을 거친 사람 중에서 뽑는 교육전문직으로 일선학교 예산과 인사에 간여(干與)할 수 있는 위치다. 또 장학사를 거쳐야 교장·장학관에 쉽게 승진할 수가 있어 임용(任用)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시교육청은 인사 때마다 뒷말이 많은 곳이다. 인사를 전담해온 어떤 과는 '무슨 무슨 지역 마피아의 돈지갑'이라는 소리를 들어왔다. 어떤 인사 때는 인사 상납금이 '따블'이 됐느니 '따따블'이 됐느니 하는 말까지 돌아다녔다. 돈을 주고 교감·교장, 장학사·장학관 자리를 꿰찬 사람들이 일선학교나 교육청에서 무슨 일을 할 건가는 보나마나다. 교육보다는 본전 챙기기에 급할 수밖에 없다. 교육청 발주(發注) 건물은 10년만 지나면 금이 간다는 얘기도 그래서 나오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은 전국 공공기관과 시·도교육청을 상대로 한 청렴도 평가에서 2008년 꼴찌, 2009년엔 꼴찌에서 세 번째를 했다.
2008년 7월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1·2등을 한 사람이 중앙선관위에 신고한 선거비용이 각각 34억원, 30억원이었다. 그 사람들이 교육에 관한 자기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선거에 그 많은 돈을 들였을까.